[이것저것]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어의 재미있는 사실과 경험담

O3EPO 2022. 6. 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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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는 언어들과 제가 겪었던 경험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우크라이나에서도 러시아어를 쓴다.

 우리에게 우크라이나는 생소한 국가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우크라이나어만 사용하시는 줄 아십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어도 쓴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아마 러시아어를 공부하시는 분이라면 알고 계셨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또한 구 소련의 구성원이었기 때문에 러시아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수도 키이우 시내를 걷다보면 사람들은 러시아어를 더 많이 사용했고,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일을 하거나 학교,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또한 몇 년 전에 통과된 법 때문에 시행됐던 것이지 그전까지는 학교, 공공기관에서도 러시아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대학교의 경우, 우크라이나어를 배우는 외국인도 많지만, 러시아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그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학과도 존재합니다.(올해부터는 전쟁으로 이 학과에 학생을 더이상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2. 우크라이나에서 조차 우크라이나어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5년 전이었나요, 저는 우크라이나 대학교 언어 교육기관(Підготовчий факультет)에서 우크라이나어를 공부했습니다.

그 당시 전 러시아어는 한국에서 특정 단어나 문법만 조금 알 뿐이었지, 거의 못 했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에서도 흔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어를 할 줄 아는 신기한 동양인'이었던 거죠. 당시 카페나 식당을 가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직원들은 늘 러시아어로 응대를 했고, 제가 알아들을 수 없어서 우크라이나어로 부탁하자 엄청 신기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할 때 우크라이나어로 이야기하자, (진심 100%) 모든 사람들이 '왜 우크라이나어를 배워?'라는 질문을 항상 받았습니다.

 그 정도로 키이우 현지인들에게 조차 외면 받던 언어였지만,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으로 가면 러시아어를 전혀 들을 수 없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여행을 할 때, 서부 도시 르비우에서는 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우크라이나어로 늘 응대했고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어로만 이야기했습니다. 즉 키이우를 기준으로 동쪽은 러시아어를, 서쪽은 우크라이나어를 더 사용하는 편이었습니다. 

3. 우크라이나어는 러시아어와 다르다.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를 둘 다 공부해 보았기 때문에, 저는 두 언어가 많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어적 문법과 비슷한 단어들이 많기는 하지만, 분명 두 언어는 다른 언어입니다. 한국어의 경우 친족 언어가 없어서 그 개념을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간단하게 말해 저는 일본어와 한국어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본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발음과 뜻이 비슷한 단어가 많고 언어의 어순도 같은 편이라 배우기 쉬운 편이죠.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도 비슷합니다. 두 언어 사이에, 비슷한 단어가 많고, 그 발음도 많이 다른 편이고, 같은 키릴 문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어 일본어보다 좀 더 사이가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어와 한국어 차이만큼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 사이에도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발음의 특징이나,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는 같은 키릴 문자를 쓰지만,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어를 배우지 않은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어를 알아듣기 힘듭니다. (반대의 경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어를 잘 알기 때문에 그런지 잘 모르겠네요..)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어만 말할 수 있었을 때, 러시아어로 응대를 한 경우, 저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하

 

4. 우크라이나인들은 바일링구이스트들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은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는 (적어도 키이우 쪽에서는) 러시아어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이 일을 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는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합니다. 한국어만 사용하는 한국에서는 정말 신기한 현상이죠. 게다가 요즘은 영어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영어 공부만 해도 벌써 3개 국어 가능자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3개 국어 가능자가 널리고 널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와 접경한 도시에서는 접경한 유럽 국가의 언어도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하네요. 헝가리 근처 도시에는 + 헝가리어, 폴란드 근처 도시에는 + 폴란드어, 루마니아, 몰도바 근처에는 + 루마니아어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발생되는 언어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를 섞어서 쓰는 수르직이 발생하는 거죠.

https://ru.wikipedia.org/wiki/%D0%A1%D1%83%D1%80%D0%B6%D0%B8%D0%BA

 위 지도를 보시면,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수르직의 비율을 나타낸 것입니다.

서쪽의 경우는 대부분 우크라이나어만 사용하기 때문에 2.5%로 엄청 적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을 보시면 Восток-Центр(동중부)는 21.7%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할 때 러시아어 단어와 우크라이나어 단어를 섞어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동쪽은 9.6%로, 대부분 러시아어만 사용하기 때문에 낮게 나온 것입니다.

실제로도 제 지인들 중에는 수르직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네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적도록 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어의 재밌는 사실과 제 경험담을 주제로 주저리 떠들어 봤는데요. 여러분들에게 유익한 이야기가 됐으면 합니다. 그러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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