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네요. 그동안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제가 블로그를 했던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네요.
오늘은 여기 러시아어권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에 팁을 적으려고 들어왔어요.
유학 생활을 하면서, 현지 친구들과 교류를 하다 보면 한국어를 가르칠 때가 있어요. 생각보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친구들도 많이 있어서 아마 동유럽에서 유학하시려는 분들은 기회가 적어도 한 번은 생길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현지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한국어 발음 몇 개와 그걸 가르칠 때에 제가 썼던 팁들을 설명해볼게요.
1. 모음 오와 어
첫 번째로 현지 친구들이 어려워하는 발음은 '오'와 '어'입니다. 이거는 러시아어권 친구들 뿐만 아니라, 아마 여러 나라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발음일 겁니다. 생각보다 '오' 발음은 있어도, '어' 발음이 없는 언어들이 많습니다. 러시아어나 동유럽 언어도 그렇고요. 그래서 단어 '소리'와 '서리'를 읽도록 시켜본다면, 아마 똑같이 [소리]로 발음할 거예요.
+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먼저 '오'와 '어'의 차이는 입모양의 차이라고 설명했어요. '오'는 입이 둥글지만, '어'는 둥글지 않다고 하니, 처음에는 잘하다가 조금씩 같아지더군요. 그래서, '우'를 읽은 후 곧바로 입모양을 변하지 말고 '오'를 읽도록 하고, '아'를 읽은 후에 '어'를 읽도록 시켰더니 훨씬 발음이 나아집니다. 그리고는 '오'와 '어'가 많이 들어간 단어들을 읽도록 연습시키면 됩니다. (예를 들면 오징어, 거북이, 건너다, 토마토 등등.)
2. 기역, 쌍기역, 키읔의 차이
기역, 쌍기역, 키읔 발음들의 차이를 잘 이해 못해요. 키읔은 잘 하지만, 문제는 쌍기역과 기역입니다. 기역과 쌍기역을 읽을 때에 '키읔'처럼 읽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아마 '고무'를 [코무]라고 발음한다던가, '강'을 [캉], '까치'를 [카치]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잘하는 발음 'ㅋ'를 기준으로, 'ㄱ'과 'ㄲ'을 비교해서 알려주는 겁니다.
처음에는 이 세 자음의 차이는 바람의 세기 차이라고 설명을 하면서, 한국어교원에서 배웠던 방법인 휴지 한 장을 입에 갖다 대고 발음하는 걸 보여줬더니... 효과는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하지만 발음에는 차이가 없어도 이 세 자음의 차이가 바람의 차이라는 것은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 1. '키읔'과 '기역'의 비교
그다음, 'ㅋ'과 'ㄱ'의 차이를 먼저 설명합니다. 'ㅋ'은 바람이 세다, 그리고 'ㄱ'은 바람이 나오지만 약하다. 이렇게 먼저 설명한다면, ㄱ를 바람이 덜 나오도록 노력하지만, 아직 우리가 듣기엔 'ㅋ' 혹은 'ㅋ'와 'ㄱ' 사이로 들릴 겁니다. 이때, 또 다른 차이점인 무성음과 유성음의 차이를 설명하면 좀 더 발음을 잘할 겁니다..
-2. '키읔'과 '쌍기역'의 비교
문제는 쌍자음인데.. 쌍자음은 바람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해도, 여전히 'ㄱ'처럼 들릴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쌍자음을 말할 때, 발음을 할 때에, 바람은 나오지 않으면서, 반음이 올라간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도 쌍자음을 발음할 때, 반음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음을 올리도록 설명한다면, 아마 훨씬 쉽게 쌍자음을 발음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면, 저는 단어들을 많이 읽도록 단어 뭉치(?)라고 해야 할까요? 단어들을 엄청 많이 던져줍니다. 그리고는 그 단어를 하나씩 읽도록 시켜보는 거죠. 뜻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서 알려주시지 않아도 돼요. 만약에 그 단어들의 뜻을 다 알려주고 외우도록 시키면... 그것도 좋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지옥을 경험할 겁니다.. 그리고 단어를 읽을 때에 발음을 잘 듣고, 조금씩 수정해주면 됩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디귿, 티읕, 쌍디귿, 비읍, 피읖, 쌍비읍, 지읒, 치읓, 쌍지읒을 설명해주면 됩니다. 시옷과 쌍시옷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딱히 주의를 기울여서 설명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 글이 여러분들 특히, 미래 한국어 교사분이나 러시아어권 친구들과 언어 교환을 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팁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러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